이렇게 도망치는 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말이다.
그녀의 안색이 이상해지자 양호준은 생수 한 병을 건네며 위로했다.
“박지환의 세력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니까 그리 빨리 찾아내지 못할 거야. 걱정하지 마. 며칠 동안 우리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도록 할게.”
“우리 계속 이렇게 지내야 돼요?”
민서희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유도 없이 박지환에게 쫓기며 이리저리 숨어다녀야 되는 거예요?”
혼자면 몰라도 하필이면 양호준이 같이 고생을 하는 게 마음이 씌었다.
양호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찾는 게 질려서 포기하게 되면 앞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어.”
“포기할 사람이 아니에요.”
민서희는 마침내 깨달았다.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나를 찾아내지 않고서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에요.”
말을 하던 민서희는 손을 천천히 복부에 갖다 댔다.
“그리고 뭘 원하는지 잘 알아요. 그래서 말인데...”
마음속으로 답을 정한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눈빛은 참으로 맑았다.
“호준 오빠, 유산할 수 있게 도와줘요.”
그 말에 양호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서희야, 일단 진정해.”
민서희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시적 충동으로 말하는 거 아니에요. 정말 그랬다면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당장 애를 유산했을 거예요... 계속 고민해 오던 건데 이제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래도 애는 죄가 없잖아. 지금 몸으로 애까지 유산하면 견디기 힘들어.”
양호준은 동의할 수가 없었다.
“박지환의 아이인 것 맞지만 그와 동시에 서희 네 아이이기도 하잖아.”
민서희는 팔짱을 끼고 결심이 확고해 보였다.
“나는 괜찮아요. 며칠 동안 몸조리를 했더니 거의 다 나았어요. 게다가 지금은 제가 아기를 책임질 상황이 못 돼요.”
“서희야...”
양호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 얘기하자.”
하룻밤이 지나면 그녀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민서희는 고개르 끄덕이고 침대에 누웠으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도록 긴장했던 탓인지 아니면 이심전심인 건지 뱃속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