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박지환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별장에 온 이후로 웃음이라고 없었던 그녀가 처음으로 자진해서 바람을 쐬러 나간다고 했으니 말이다.
박지환은 기분이 은근 좋아졌다.
“나도 같이 가요.”
민서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서 뭐 하게요?”
“물건도 들어주고 운전해 주는 기사가 돼줄 수도 있잖아.”
고귀한 자태를 뿜어내던 박지환이 자신을 비하하며 기꺼이 운전사가 되겠다고 하니 장 씨 아주머니는 황당스러웠다.
민서희는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요. 어깨에 상처가 이렇게 심각한데 물건을 들기는커녕 움직이기도 힘들어요. 그리고 걸어서 가면 되니까 운전기사도 필요 없고요.”
박지환은 눈빛이 흐려졌다.
“그냥 옆에서 같이 있어도 안 돼?”
민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다 이민준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막 인사를 건네고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박지환이 뛰쳐나가려고 하자 이민준은 얼른 제지했다.
“대표님, 부상도 입으셨는데 어딜 외출하려고 그래요.”
“금방 다녀올게.”
난처한 이민준은 박지환을 설득하기 어려운 걸 알고 애걸스러운 눈빛으로 민서희를 바라보았다.
“민서희 씨,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대표님 오늘은 절대 나가시면 안 돼요.”
민서희는 어리둥절해하며 박지환에게로 눈빛을 돌렸다.
“여기 있어요.”
감히 거절을 용납할 수 없다는 말투에 박지환은 따라나서지 않고 쉰 목소리로 답했다.
“기다릴게.”
밖에 나오자 장 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사모님을 참 사랑하나 봐요. 워낙 물러설 성격도 아니고 오늘은 기어코 따라와야 직성이 풀려 보이던데 사모님 말 한마디에 정말 멈추네요.”
마음이 복잡한 민서희는 배를 문지르며 핑계를 댔다.
“아마 내가 화나면 아이한테 영향을 줄까 봐 그런 걸 거예요.”
별장 안.
민서희의 모습을 멀리 떠나보내자 얼굴빛이 삽시에 식어버린 박지환은 얼음처럼 서늘한 눈빛으로 이민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민서희와의 달콤한 데이트를 망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원망이 가득해 보였다.
이민준은 속으로 억울했다.
“대표님, 민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