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누가 사람을 죽이려고 해요!”
나는 그들을 따라서 동네 밖으로 갔고 그제야 차를 몰고 떠났다. 그리고는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우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이 점점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다리 아래에서 천천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겨우 마음을 가다듬었다.
조금씩 차분해지고 나서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증거는 이미 다 확보한 상태였고 심지어 이지현이 당황해서 직접 자수한 녹음 파일도 있었다.
다음 절차는 경찰에 신고하고 고소장을 보내는 것이었다.
‘아닌가? 고씨 가문이 항상 이지현을 지켜줬으니까...’
고씨 가문의 힘으로 이 증거들을 덮는 건 아주 쉬웠다.
경찰서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갑자기 뇌리에 스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정서현의 사촌 오빠였다.
정서현의 가족은 모두 정치인이었기에 나 혼자 힘으로 무리라면 나도 같은 방식으로 맞서야 했다.
나는 몇 번이고 다시 적으며 구절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적었다. 어떻게 된 사건인지 정리하고 나서 나는 정서현의 사촌 오빠에게 보냈다.
잠깐 기다려 보았지만 답장이 없었다.
이 방법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할 때쯤, 정서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서현이한테 말했나?’
내 예상이 맞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정서현의 욕설이 들려왔다.
“이지현, 그년 뭐야? 제 정신인가?”
옆에서 윤도하가 그녀를 달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금 죄책감을 느끼며 코를 만지작거렸다.
‘역시 서현이한테 비밀로 하는 건 무리였나...’
“그리고 너, 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어? 이 사건은 무조건 해결하고 말겠어. 지금 당장 엄마 아빠한테 가서 말할 거야.”
정서현의 목소리는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제야 차를 반납하러 갔고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