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의 대답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기모진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의 머릿속은 마치 한순간에 멈춰버린 듯했다. 도무지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기모진은 감정을 억제하고 침착하려고 애썼다.
“소만리, 당신은 평생 나 말고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았어.”
그러나 소만리는 그저 기모진을 차갑게 흘끗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내 일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나에게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 없어. 이제 더는 듣고 싶지 않아.”
소만리는 고승겸에게 다가갔다.
고승겸은 조용히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소만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기모진은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에는 그의 앞에 서서 어떤 두려움에도 그와 함께 맞서 싸우던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다른 남자의 옆에 서 있다.
기모진은 생각하면 할수록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소만리를 탓할 수도 없었다.
기모진은 의심의 눈초리를 들고 고승겸의 얼굴에 던졌다.
“고 선생님, 뭐라고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승겸은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당신한테 무슨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기모진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소만리는 내 아내예요!”
고승겸은 기모진의 말에 격렬하게 반박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정말 내 아니에요. 게다가 소만리가 더 이상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잖아요.”
“소만리가 어떻게 당신 아내란 말입니까!”
“기 선생님이 못 믿겠다면 이걸 한 번 보시죠.”
고승겸의 말이 떨어지자 곁에 있던 그의 수행원들이 서류 한 부를 건네주었다.
기모진이 손을 뻗어 받아보니 약혼서 사본이었다.
고승겸과 소만리가 얼마 전 약혼했다는 것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서류 오른쪽 하단에는 두 사람의 서명과 지장이 찍혀 있었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고승겸과 가짜 커플 행세를 했고 약혼식을 했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기 선생님도 이미 내 정체에 대해서 조사를 꽤 했을 거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