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풍이 지금 전화를 받기 불편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만리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점심 무렵 소만리는 마침내 남연풍에게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점심을 사러 나간 틈을 타서 겨우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또한 남연풍은 일부러 몸이 아프다고 꾀병을 부려 고승겸에게 약국에 가서 존재하지도 않는 약을 사 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소만리는 곧장 호텔로 달려갔다.
소만리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호실로 가서 바로 벨을 눌렀고 남연풍은 소만리가 온 소리를 듣고 바로 문을 열려고 갔으나 역시나 문이 잠겨 아예 열리지 않았다.
“고승겸이 밖에서 문을 잠갔나 봐요. 소만리, 문밖에 뭔가 걸려 있는 거 없는지 살펴보세요.”
소만리는 즉시 방문 좌우를 둘러보았고 손잡이에 뭔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승겸은 남연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몰래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모로 공을 들인 것 같았다.
소만리는 재빨리 문고리에 묶인 끈을 풀었고 남연풍은 이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소만리는 기여온의 귀엽고 작은 얼굴을 보았다.
“엄마.”
소만리를 본 기여온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여온아.”
소만리는 손을 뻗어 작은 뺨을 어루만졌다.
“소만리, 얼른 여온이를 데리고 가세요. 더 늦으면 고승겸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챌 거예요. 아마 곧 돌아올 거예요.”
소만리는 기여온의 손을 잡았다.
“당신도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
남연풍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나도 그를 떠나고 싶었어요. 떠나서 다시는 그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나를 데리고 F국에 온 이유가 날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그런 생각을 단념하려고요.”
소만리는 남연풍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승겸의 마음속에 그녀에 대한 사랑이 깊고 그녀 또한 그를 향한 마음이 그와 다르지 않음을 소만리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소만리, 내 걱정은 말고 어서 가세요. 고승겸이 날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