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왕자들을 시험한다는 건 사실 그들의 스승들을 시험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덕종은 바로 이를 노린 것이었다. 매달 치러지는 문과의 시제 또한 십중팔구 스승들이 대신 지어 올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처럼 그릇된 관행을 그대로 둔다면 왕자들은 글 한 줄 똑바로 짓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게 될지 덕정은 염려스러웠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솔직하게 진정한 재능과 학식을 지닌 스승을 뽑아 그에게 왕자들을 가르칠 권한, 특히 차기 왕위에 오를 자를 가르칠 권한을 주는 편이 낫다. 훌륭한 스승이 있다면 제자도 따라 훌륭해지는 법이다. “문과 시험에서 1등을 한 스승은 상을 내려 세자 소부로 삼을 것이며 이는 곧 미래 군왕을 가르칠 스승이 되리라.” 덕종은 덧붙였다. 열네 명 왕자의 스승들은 저마다 눈빛을 빛내며 의욕을 불태웠다. 비록 첫째 이무열과 둘째 이무필을 제외한 나머지 왕자들은 아직 경쟁력이 부족했지만 ‘세자 소부’라는 직책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자리였다. 진원효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그는 얼음과 눈이 뒤덮인 변방에서 북정국 오랑캐를 막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관이 쓴 시 몇 줄보다 못하다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무장의 위신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간신히 오랑캐를 공격할 기회가 왔다 생각했건만 덕종은 왕자들을 전장에 내보내 공훈을 쌓게 하려 했다. 그때 김신재가 술잔을 들며 웃었다. “장군님, 이게 바로 인연인가 보군요. 또 같이 앉게 될 줄이야.” 진원효는 분노로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문과 시험이 시작됐는데도 김 내관은 태평하게 여유만만하구나. 그대가 상대해야 할 이는 8대 유현이다.” “서두를 것 있겠습니까? 그분들 먼저 하게 두죠. 저는 마지막에 한 방이면 충분하니까요.” “한 방? 김 내관, 꽤나 자신 있는 모양이군.” 진원효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무장이기에 손 하나 까딱 못하는 환관을 ‘남자’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김신재를 하찮게 여겼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장군님.” “글쎄. 우리 사이에 앞으로 얽힐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