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김신재가 조용히 일렀다. “세자 저하께서도 구상철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그대들은 어디까지나 몸을 사리며 움직이세요. 괜히 꼬투리를 잡히지 말고. 청월루에는 제가 윗방 하나를 따로 잡아두겠습니다. 그대들의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놀 수 있도록 말입니다. 비용은 모두 제가 내겠습니다.” 허삼중이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김 소부의 그 뜻은 감사하지만, 인원도 백여 명이 넘는지라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어찌 감히 폐를 끼치겠습니까. 우리끼리 나누어 내면 족합니다.” 김신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그럴 것 없습니다. 지난번 세자 저하께서 하사하신 은 오백 냥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쯤은 충분합니다.” 몇백 냥 은자라 해도, 일이 성사되기만 하면 세자한테 청구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 김신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허삼중은 속으로 김신재를 더욱 높이 평가했다. 세자는 변덕이 심하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이었으나, 김신재는 인품이 너그럽고 덕이 깊을 뿐만 아니라, 덕종의 깊은 신임까지 얻고 있었다. 이왕 바칠 충성이라면 세자보다 이 사람을 따르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허삼중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김 소부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신 것도 모자라 이렇게 형제들까지 챙겨주시다니... 앞으로는 이 목숨을 다해 따르겠습니다.” 김신재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허 도위, 말을 너무 무겁게 하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몸 아니던가요. 서로 아끼며 살아야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삼중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김신재는 이제 세자빈을 모시는 고위 관직자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그 품성에 깊이 감동했다.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 투우 대회장. 강청연은 구상철과 함께 높은 단상 위로 올랐다. 연제국 백성들은 우르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구상철은 강청연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청연은 교묘하게 몸을 틀어 그의 손길을 피해냈다. 말대로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