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진상을 들은 박지훈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성유리의 추측이 맞았던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왜 나를 노렸을까? 난 양아현을 전혀 모르는데 갑자기 내게 약을 탄 이유가 뭐지?” 심각한 표정으로 박지훈을 바라보는 부진원의 눈빛은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날은 너뿐만 아니라 성유리의 주스에도 약이 들어 있었어.” 박지훈이 컵을 탁자 위에 내리치자 탁 하는 소리가 났다. 순간 깜짝 놀란 부진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유리의 주스에도 약이 있었다고? 네 말대로라면 양아현이 나와 성유리를...” 부진원은 손으로 제스처를 취했지만 뒤의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박지훈이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 “이런 썩을 년, 성유리를 노리려고 나까지 끌어들이다니? 이건 정말 참을 수 없어!” “그럼 복수할 거야?” “만약 성유리가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박지훈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이미 알아, 하지만 양아현에게 복수할 생각은 없어.” 부진원의 얼굴에 분노가 솟구쳤다. “이런 것도 참을 수 있다고?” “아마 지금은 복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참는 것일 거야.” 박지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복수할 생각이라면 성유리의 원한까지 함께 갚아주는 건 어때?” “허.” 부진원은 낮게 웃었다. “정말 교묘한 계략이네.” “네가 하든 내가 하든 같은 거 아니야?” 팔걸이에 손을 올린 박지훈은 턱을 괴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설마 성유리를 위해 복수해주려는 거야?”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았어.” 부진원이 눈을 반쯤 감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아, 요즘 성유리 씨 얼굴 자주 보는 모양인데 차까지 선물했다면서? 무슨 상황이야?” 박지훈은 부진원을 조용히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너 혹시 다른 마음이 있는 거야?” 박지훈의 표정을 본 부진원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네 조카의 여자잖아...” “곧 이혼해. 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