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화

“양아현이 그날 너한테만 약을 탄 게 아니었으니까.” 면봉에 연고를 묻힌 박지훈은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성유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박지훈의 말에 성유리는 더욱 놀랐다. “무슨 말이에요? 부진원 씨에게도 약을 탄 거예요? 왜 그런 짓을?” “두 사람이 관계를 맺게 하려고 함정을 판 거야.” 남자는 골격이 뚜렷한 손으로 성유리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얼굴을 살짝 기울이자 희미하게 붉어진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난 것을 본 박지훈은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박 대표님,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성유리가 손을 뻗어 박지훈의 손에서 면봉을 빼앗으려 했다. “가만히 있어.” 남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겼다.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추고 순순히 그의 손길에 맡겼다. 박지훈이 연고를 발라주자 따가운 느낌이 들어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세게 때렸는데도 피하지 못하고 맞기만 하다니.” “맞기만 한 건 아니에요. 나도 두 대 돌려줬으니까...” 담담하게 말하는 성유리는 얼굴에 특별한 표정이 없었다. 그녀의 말을 들에 면봉을 쥔 박지훈의 손이 갑자기 멈추더니 낮게 웃으며 말했다. “성유리다운 행동이군.” 남자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진지함과 무심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 말에 약간 당황한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계속해서 연고를 발라주던 박지훈은 천천히 몸을 굽혔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성유리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이 남자가 연고를 바르면서 바람까지 불어줄 줄이야... 확실히 훨씬 편안해졌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이 밀려왔다. 치료대 양옆에 놓인 손을 본능적으로 움켜쥐었고 지나친 힘에 손톱까지 하얗게 변했다. 계속해서 얼굴에 바람을 부는 남자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고개를 살짝 돌린 성유리는 우연히 그와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의 입술은 거의 붙을 듯한 거리까지 가까워져 있었다. 처음에는 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