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성유리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이틀 동안 그녀는 서서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이 남자 마음이 변한 걸까?
그래서 그날 밤 정말로 권진희와 잤던 걸까? 그렇게 이틀 동안 계속 다투고 일부러 트집을 잡은 건 헤어지기 위해서였을까?
이 생각이 떠오른 순간 마음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난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성유리는 그날 밤의 일을 박지훈에게 말하지 못했다.
정말로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들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성유리는 해장국을 끓여 2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섰을 때 박지훈이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성유리는 끓인 해장국을 들고 다가가며 말했다.
“해장국 한 그릇 먹어요. 그래야 빨리 정신이 들 거예요.”
“나 취하지 않았어.”
남자는 냉담한 말투로 성유리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성유리는 옆에 앉은 뒤 숟가락을 들고 해장국을 한 입 떠서 그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한 입만 먹어요.”
“마시지 않겠다고 했잖아.”
성유리 돌아보는 박지훈의 눈빛에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내 말 이해 못 해?”
박지훈은 성유리의 손에서 숟가락과 그릇을 홱 빼앗은 뒤 탁자 위에 세게 내려놓았다.
쾅!
큰 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박지훈의 행동에 깜짝 놀란 성유리는 온몸이 굳어졌다.
“박지훈 씨, 왜 이러는 건데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굳이 물어보는 이유가 뭐야?”
박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남자 사이에서 놀아나는 기분이 어때? 너를 더 즐겁게 해? 두 배의 행복을 느끼는 거야?”
“박지훈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나와 박진우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 자식에 너를 껴안고 키스해?”
박지훈이 성유리의 턱을 잡으며 말했다.
“나를 사랑한 적이 있긴 해? 나는 그저 너희들의 사랑 속에서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던 거야...?”
“박지훈 씨!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