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림을 씻기고 나왔는데도 소파에 앉아있는 진미연에 성유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시간 늦었는데 왜 아직 안 자?”
“너한테 할 말 있어서. 친척 중에 아픈 사람이 있는데 좀 봐주면 안 돼? 병원 언제 문 연다고 했지?”
“이틀 뒤면 열지. 어디가 아프대?”
“박진우 할아버지랑 같아. 숨이 잘 안 쉬어지신다는 데 병원을 아무리 다녀봐도 소용이 없대. 그래서 네 한방치료가 통할까 해서 물어보는 거야.”
“그러지 뭐. 병원 개원하면 한번 오시라고 해. 내가 봐 드릴게.”
“그래.”
“개원 준비는 잘 돼 가고 있어? 인테리어 다 끝낸 거야?”
“응. 거의 다 끝나가. 내일 이모님 모셔서 청소 한번 하고 문 열려고.”
“그럼 직원도 다 구한 거야?”
진미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자 성유리가 담담히 대꾸했다.
“내일 면접 보기로 했어.”
“그럼 일 잘하는 사람으로 잘 골라서 뽑아.”
그녀의 말에 성유리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튿날 오전, 병원으로 면접 본 온 사람은 많았지만 성유리는 일단은 한의사 한 명만 뽑을 생각이었다.
병원이 개원초기라 일손이 많이 필요하진 않아서 한 명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사람을 많이도 만나봤지만 그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남자였는데 의술도 출중하고 게다가 키도 크고 잘생기기까지 해서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봄 내음도 함께 전해지는 듯했다.
맑고 깨끗하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남자의 이름은 진무열이었다.
운치 있는 이름처럼 성격도 온화해서 성유리는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입꼬리를 올렸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던 것과 실제로 침을 만질 때도 거침없던 모습이었다.
“좋네요. 별문제 없으면 내일부터 출근해줄래요?”
진무열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그냥 유리라고 불러주세요.”
“대표님이 저보다 연상이신데 이름만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럼 누나라고 불러도 돼요?”
“그러세요.”
성유리의 배웅을 받으며 문 앞까지 간 진무열은 문을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