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하가 아팠다고?’
유지민은 입술을 살짝 씰룩이며 가볍게 비웃었다.
“강 대표님, 여자를 갖고 노는 게 취미세요? 강 대표님이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던 양민하 씨잖아요. 이제 와서 후회할 짓 하지 마세요. 이런 태도가 멋있고 쿨하다고 생각해요?”
유지민은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뻔뻔한 강시현의 태도에 입술이 떨렸고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뻔했다.
강시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급히 해명하려 했지만 유지민의 얼굴에는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강시현이 아무 반응도 없는 틈을 타 문을 닫아버렸다.
“이제 그만 가세요. 두 번 다시 나 찾아오지 마요!”
닫힌 문 앞에서 강시현은 굳어버렸다.
어두운 눈빛이 더욱 깊어졌고 초라한 뒷모습은 더욱 쓸쓸해 보였다.
이곳은 세운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주택 단지였다.
방금 떠난 남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강시현은 주먹을 꽉 쥐며 눈을 번뜩였다.
“유지민과 함께 있던 남자가 누구인지 당장 조사해요.”
다음 날 유지민은 고민 끝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강인혁은 어제 나간 뒤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강인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인혁 씨, 저 한국으로 돌아가서 일하려고요.]
답장은 금방 왔다.
[집으로 갈게.]
유지민은 메시지를 바라보며 가볍게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유지민은 2년 동안 지내면서 별로 남긴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두 커다란 캐리어가 터질 듯이 꽉 찬 걸 보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추억을 이곳에 남겼는지 새삼 깨달았다.
강인혁은 종종 작은 선물을 준비해 주곤 했다.
늘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준비해 그 선물들을 두고 갈 수도 없었다.
이내 지문 인식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강인혁이 집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
그는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같이 돌아갈 거야.”
‘나랑 같이 돌아간다고?’
유지민은 순간 멈칫했다.
귀국은 그녀의 결정이었기에 유지민은 강인혁이 자신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