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인 장로는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설명했다.
“이 류진의 대진은 다른 진법과는 달라서 진법을 해결한다고 해도 기운이 상승하지는 않아. 하지만 진법을 해결하면 백성들에게 이롭지. 그만큼 진법을 해결한 사람은 베풀 줄 아는 너그러운 사람인 거야.”
“그러게나 말이야. 채윤도는 박학다식하고 스승을 존중할 줄 알며 백성들도 돌볼 줄 아는 사람이야. 우리 선문에서 딱 원하는 인재이지.”
대전에 있던 사람들은 채윤도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정양산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생겼다. 사람들의 칭찬과 축하를 듣던 정양산의 장로들은 매우 우쭐했다. 특히 허명산을 찾은 적이 있던 두 사람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오래된 친구 청운은 어리석게도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허명산이 정양산과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이번에 청운은 허명산의 수준을 확실히 알게 됐을 것이다.
쇠락한 허명산과 정양산은 비교할 가치조차 없었다.
허명산과 정양산의 제자들이 류진에서 한 일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허명산의 거만한 공주 진희원은 그곳에 남총까지 데려갔으니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여러 선문에서는 이 일로 의논하고 있었다.
산수인 장로가 또 입을 열었다.
“류진의 진법이 해결되었으니 다들 곧 돌아오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원래는 악령이나 요마를 많이 물리치는 것으로 순위를 매겼지만 이번에는 기준을 조금 바꾸는 게 좋겠어. 그만큼 류진의 진법은 해결하기 어려운 진법이었으니까 말이야. 다들 내 말을 이해했을 거라고 믿어.”
“그렇다면 당연히 정양산에서 또 수석을 하겠어. 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함께 이 일을 축하해야지.”
“제자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 되겠어.”
다들 화기애애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칭송하는 천재 소년 채윤도는 현재 절망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사람이 한 명 죽긴 했다. 사실 죽었다기보다는 영혼이 빠져나가서 몸만 남은 것 같다고 하는 게 더욱 적절했다.
그 사람이 바로 근골이 남다르다고 평가받던 지문희였다.
지문희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