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월은 경주에 온 후 처음으로 친손녀를 만났다.
본래는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김혜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말했다.
"저 그저 할머니를 뵙고 싶을 뿐이에요. 왜 저를 이렇게 거부하시는 거죠? 제 엄마 때문인가요? 엄마는 엄마이고 저는 저잖아요."
김혜주는 연기력이 뛰어났다.
어차피 한 번 살아봤던 인생이고 김씨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포인트를 알고 있었다.
"할머니, 정말 저를 인정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할아버지랑 할머니께서 제 출생을 가장 기뻐하셨잖아요."
골목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김혜주가 불쌍하다며 김씨 할머니를 설득했다.
"어떤 오해가 있든 아이를 먼저 들여보내."
김씨 할머니는 여러 번 망설이다가 결국 손녀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혜주는 마치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김혜주는 할머니에게 많은 영양제를 가져다주고 약재를 정리해 주며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할머니 다음에 또 뵐게요. 일찍 주무세요."
떠나기 전에 이 말만 하고 다른 행동은 없었다.
김씨 할머니는 경계심을 조금 내려놓았다.
'어쩌면 혜주가 정말로 그냥 보러 온 거야.'
김씨 할머니는 이 일을 진희원에게 말할지 고민했다.
결심을 하고 전화를 걸었을 때는 이미 전원이 꺼져 있었다.
김씨 할머니도 요즘 진희원이 바쁜 것을 알고 있었고 이런 작은 일로 집안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아들은 상관없지만 손녀는 좀 더 지켜보고 싶었다.
김씨 할머니는 정신을 잃지 않았지만 혈연의 정을 쉽게 끊을 수 없었다.
김혜주는 바로 그 점을 노렸다. 할머니는 김혜주의 어리석은 부모와는 갈등이 있지만 자신과는 그렇지 않았다.
더군다나 손주 사랑이 더 깊다고들 했다.
원래 김혜주는 많은 기대를 받고 태어났고 자신이 누려야 할 삶을 빼앗긴 것이니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윤씨 가문에 접근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서 차라리 할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낫다.
외부에서 김혜주가 진희원의 여동생이라고 말하면 윤씨 가문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