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다본 것이야?’
손 상서라 함은 조정의 정삼품 대신이니 심철호라 하더라도 그를 이리 업신여기진 못할 터였기에 한낱 계집아이인 심화영은 더욱 그럴 수 없었다.
‘기이하다!’
‘참으로 기이하도다!’
사내의 이마에 그늘이 드리웠고 호기심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라 누를 길이 없었다.
전강훈의 답을 기다리다 고개를 숙인 강구는 전강훈이 넋을 놓고 심화영을 응시하고 있는 걸 보았다. 그의 말은 아예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강구는 어이가 없어 말문을 잃었고 이내 곁눈질로 심화영을 힐끗 보았다.
‘대체 저 계집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여 우리 전하께서 저리도 잊지 못하신단 말인가...’
허나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보니 묘하게도 그럴 법도 했다. 이처럼 파란이 이는 자리에 있음에도 그녀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능란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심지어 손 상서보다도 더 여유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참으로 귀신이라도 본 듯하도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자들 또한 각기 이상한 안색으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내가 방금 잘못 들은 것이오? 혼약서가 자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니? 설마 손 상서께서 그것을 잘못 보셨단 말이오?”
“어쩐지 목이 베일 일에도 그리 태연하더라니. 송연정의 소란도 일절 해명하지 않고 두었더니 결국 이때를 노리고 있었군!”
“심화영이라면 허깨비 같은 아이라 여겼는데 어찌 그런 꾀가 있단 말인가? 만일 그 혼약서가 가짜라면 송연정은...”
순간 많은 이들이 송연정을 쳐다보았고 다시금 삼황자와 손 상서를 번갈아 바라보았는데 하나둘 짐작이 가는 듯했다.
‘만일 찢겨진 그 혼약서가 진짜가 아니라면 그 위조된 혼약서는 어디서 비롯되었단 말인가? 또 어찌하여 송연정의 손에 들려 있었단 말인가? 심화영은 무슨 연유로 그것을 찢었고 송연정은 하필 이 시점에 어찌하여 소란을 벌이며 삼황자를 끌어들인 것인가?’
‘손 상서 또한...’
앞뒤 사정을 곱씹어 보노라니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황자 또한 원래는 온화한 낯빛이었으나 이내 그 속에 감춰진 사나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