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상처받은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이미 이 지경까지 왔으니 저도 어머니께 냉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어요. 원망하지 마세요.’
유씨 부인은 그녀의 말에 양심에 찔려 입술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
“후회할 게 뭐 있겠느냐. 오직 너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만 후회될 뿐이다.”
그녀는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심화영은 곁눈으로 유씨 부인을 흘끗 보았다. 그녀는 한줄기의 고통마저도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심화영은 장공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마마, 제 어머니께서 증언하셨으니 이제 묻겠사옵니다. 혼서를 찢은 죄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옵니까?”
이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저게 무슨 뜻이지? 아까 공주마마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나? 이 혼서는 비록 심씨 가문과 전씨 가문 사이에 정해진 것이지만 선황제의 옥새가 찍혀 있으므로 성지와 같아. 성지를 찢는 것은 당연히 참형에 처하느니라!”
“이상하네. 마마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니 이 질문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은 자연스레 전강훈을 바라보았다.
결국 전강훈이 혼서의 다른 당사자였다.
어떻게 처리할지는 그의 말에 달려 있었다.
전강훈은 다시 자세를 바꿔 휠체어에 기대어 그녀를 응시했다. 마치 그녀가 무언가 신비로운 존재라도 된 듯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의문에 답하지 않았다.
단지 심화영의 변화가 궁금할 뿐이었다.
그의 머릿속엔 사실 희미한 추측이 자리하고 있었다. 심화영이 이렇게 침착한 건 미리 준비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었다. 다만 유씨 부인의 배신으로 인해 잠시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을 뿐이고.
하지만 그녀의 예전 성격으로 봤을 때 미리 준비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새 그는 깊게 한숨을 쉬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적어도 지금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공주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심화영을 잠시 노려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혼서를 찢은 자는 참형에 처한다!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