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대부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의아한 듯한 눈빛으로 심화영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물었다. “화영아, 너 설마...” 대부인은 심화영의 대담한 질문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심화영은 며칠 동안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기에 그녀에게는 큰 충격이 아니었다. “단지 조금 의심스러웠던 것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보다 송연정한테 더 잘해주는 게 설명이 안 됩니다.” 대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이따가 어떤 변명을 할지 지켜볼 것이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심진성은 계속 심화영을 보고 있었다. 심진성도 심화영의 신분을 의심했었지만 혹여 그녀가 상처를 받을까 봐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는데 오늘 심화영 입에서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심화영이 유씨 부인의 친딸이 아니라면 심씨 가문 자식도 아니라는 뜻인데 그럼 화영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심화영 본인도 아직 여기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녀는 심씨 사람들과 여태 함께 지내면서 그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철호는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고 대부인은 노인을 존중하고 아이들을 귀여워하는 현모양처였다. 심화영이 유씨 부인의 딸이라고 해도 대부인은 지극정성으로 챙겨주었으며 만약 유씨 부인의 딸이 아니었다면 더 잘해줬을지도 모른다. 심진성, 심여진 그리고 심태진은 더 단순한 사람들이었다. 심화영은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전하께 부탁드렸으니 결과를 기다려 보시지요. 미리 준비해 둬야 나중에 변수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대부인은 조금 이상한 눈빛으로 심화영을 보며 물었다. “화영아, 너 뭔가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구나.” 심화영은 아직 어린 나이에 마치 인생의 풍파를 다 겪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 가족을 잃고 가문이 파탄 났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이번 생에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들이다. 심화영은 어두컴컴한 문밖을 내다보며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 “지금 폐하는 연로하시고 건강도 좋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