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호가 한참 동안 조용히 바라보더니 헬멧을 벗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크리스는 복도 많지.”
이서아의 눈빛에서 불만이 느껴졌다.
한수호가 멈칫했다. 이서아가 임정우 때문에 자기를 째려보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어쩌지도 않았는데 꼭 그런 눈으로 봐야 해? 게다가 승부에 충실해야지. 정말 다치더라도 본인이 원한 거라 어쩔 수 없어.”
한수호가 입을 앙다물며 말했다.
“내가 뭘 잘 몰라서 그런가 봐요. 업무 시찰 와서 주먹다짐하는 건 처음이네요.”
이서아가 말했다.
“스타 그룹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방식이 이런가 보죠?”
이서아는 임정우를 다치게 한 한수호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한수호는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저릿했다.
임정우가 이서아의 손을 당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한 대표와 겨뤄보겠다고 한 거잖아.”
노정민이 휘파람을 가볍게 불었다. 크리스의 대답이 뭔가 살짝 사람의 마음을 긁는 것 같았다.
이서아는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수호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더 잘 알아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받은 만큼 그대로 돌려주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억지로 포장해 줄 필요 없어요. 정말 안 다쳤어요?”
“...”
할 말을 잃은 한수호는 몸을 돌려 헬멧을 원래 있던 자리로 던졌다. 행동에서 화를 참고 있는 게 보였다.
임정우는 그의 몸을 더듬는 손을 잡더니 말했다.
“진짜야. 됐어. 사람들이 보잖아. 웃음거리는 되지 말아야지.”
이서아는 임정우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더는 여기 있기가 싫어서 바로 물었다.
“이제 볼일 다 끝난 거죠? 끝났으면 이제 가요.”
한수호는 펜싱복에 붙은 찍찍이를 뜯어냈다. 화가 치밀어오르긴 했지만 이서아를 조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꾹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점심이야. 손님이 왔는데 식사라도 대접하게 해줘.”
하지만 이서아는 한수호를 별로 보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이렇게 말했다.
“됐어요.”
임정우가 말했다.
“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