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내 눈가의 웃음기가 옅어졌고, 목소리도 조금 차가워졌다. “그래, 그래서 넌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김도현, 넌 내가 늘 이렇게 네 주변을 맴돌고, 떠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계속 내게 상처 줄 수 있었던 거야. 그렇지?”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차갑게 창밖을 흘긋 보았다. “너도 눈밭에 누워봐.” 그는 잠시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알았어, 서연아. 이건 다 내가 너에게 빚진 거야.” 그는 외투를 벗고 얇은 셔츠만 입은 채 마당으로 걸어 들어가 그대로 눈 속에 쓰러졌다. 밤이 되자 눈은 더욱 거세게 내렸고, 김도현의 옷은 얼음과 눈에 흠뻑 젖었다. 결국 그는 고열에 시달렸다. 그가 집사에게 업혀 돌아갈 때, 그의 입에서는 내 이름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보러 가지 않았다. 사흘이 지난 후에야, 장옥자에게 대추차를 끓여 보내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바보 같다고, 내가 걱정할 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자신을 괴롭혔냐고 나무랐다. 그는 대추차를 마시며 감사함으로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믿고 있다는 것을. 그는 이 정도의 미미한 보상으로 내가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예전처럼 그를 신경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믿기만 하면 앞으로는 내가 더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심하게 기침하며 산소를 거부하고 약 그릇을 엎고 문을 잠근 채 그를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 그는 어떻게든 자신을 괴롭히고 불쌍한 듯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내가 마음 아파하는 척하며 그를 부축하고, 억지로 흘린 눈물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그는 모든 것이 가치 있다고 느낄 것이다. 나는 그를 부축하며 눈가를 붉히고 억지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도현, 너 그 얘기 진짜야? 내가 없으면 정말 안 되는 거야? 평생 네 마음속에 나 하나뿐이 맞아?” 그는 반복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맹세했다. “서연아, 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어. 내 목숨은 원래 네가 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