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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엄선희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얌전하게 말했다. “그럼요, 서 대표님.” 이윽고 엄선희가 신세희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세희 씨, 부 대표님, 안녕히 계세요.” 남자에 눈이 먼 배신자 같으니라고, 신세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신세희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름 서준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서준명의 인품은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는 함부로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녀 사이의 감정에 대해서는 조의찬이나 구서준보다도 믿음직스러웠다. 만약 정말로 엄선희가 서준명과 결혼한다면 그것도 나름 해피엔딩일 것이다. 신세희는 웃음을 머금으며 밖으로 나가는 네 사람을 쳐다보았다. “단짝 친구들?” 부소경이 무심하게 물었다. “단짝 친구라기보다는 일하면서 친해진 사람들이에요. 모두 나를 많이 아껴주고 있어요. 특히 민정아 씨는 나를 아주 잘 챙겨줘요.” 한때 민정아가 그녀를 괴롭혔던 일들은 묻어두기로 했다. 굳이 밝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민정아는 속에 꿍꿍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주 덤벙거리고, 솔직하고, 지금은 꽤 불쌍한 사람이었다. 부소경은 별다른 질문 없이 수긍했다. “당신 친구도 많지 않은데, 언제 집에 한번 초대하지.” 고개를 번쩍 든 신세희가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기 귀를 의심했으나 부소경의 표정은 더없이 담담했다. 신세희는 말을 더듬으며 다시 확인했다. “고작 그것 때문에요?” 부소경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점심에 회의가 있어서 이젠 가봐야 해.” “......” 블라인드 너머로 부소경의 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신세희는 그제야 두 사람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정직한 이름으로 저장된 번호 중 자음의 순서대로 먼저 민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아씨, 이만 돌아와, 그이는...” 그녀는 아직 누군가에게 자기 남편을 소개하기가 민망했다. 잠깐 뜸을 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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