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날씨는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했고 주말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갔다.
길가의 디저트 카페 창가 자리에서는 송아람이 기분 좋게 과일 주스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녀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는 송아람이 벌써 두 번째 잔을 마시는 것을 보며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과일 주스의 칼로리는 과일 자체의 두 배가 됩니다. 벌써 두 잔째인데 살찌는 거 걱정 안 되세요?”
송아람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 남자를 바라보았다.
깔끔한 파란색 정장을 입고 삼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는 왁스를 바른 듯 검게 반짝이는 짧은 머리를 3:7 가르마로 넘겼다.
작은 얼굴에 비해 좁은 이목구비가 한데 모여 있었고 면도를 한 흔적이 남아 있는 푸르스름한 수염 자국과 낮은 콧날 위로 검은 테 안경을 얹고 있었다.
사실 그는 이미 세 번이나 비슷한 얘기를 꺼낸 상태였다.
“아, 그래요?”
송아람은 마지막 한 모금의 수박 주스를 다 마시고 나서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딸기 케이크 하나 더 주세요.”
남자는 예상대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단 음식을 좋아하다 보면 살찔 텐데 걱정 안 돼요?”
“왜 걱정해야 하죠?”
“저는 뚱뚱한 여자를 안 좋아하거든요.”
남자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저처럼 성숙하고 매력적인 남자는 하얗고 날씬하고 어려 보이는 여자를 좋아합니다. 지금 아람 씨 몸매 상태는 딱 좋아요. 근데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제 흥미를 끌기 어려울 거예요.”
그의 눈길은 다시 한번 송아람의 몸을 위아래로 스캔했다.
마치 살까 말까 고민하는 상품을 평가하듯 비하하는 시선이었다.
송아람은 케이크 한 스푼을 떠먹으며 무심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쪽이 뭘 좋아하는지 제가 왜 신경 써야 하죠?”
그리고 숟가락을 들어 그의 얼굴 윤곽을 가볍게 그리며 말했다.
“이민기 씨라고 했죠? 한 가지는 인정해드릴게요.”
남자는 조금 전까지 불쾌해했던 표정을 바꾸며 자세를 바로 하고 넥타이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