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장
“그런데 지금 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그 모든 건 진심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모든 걸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을까? 난 못 해. 그건 아마 오빠도 그럴 거야.”
주경민의 어깨는 힘없이 축 늘어지고 눈동자 안의 빛도 서서히 꺼져갔다.
입안에 퍼지는 씁쓸한 맛, 그는 며칠간의 교류가 두 사람 사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해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건 그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심자영은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고 제자리에 멈춰 있는 건 오직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평생 돌아보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미안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는 주경민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심자영을 불쾌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를 어쩌면 처음부터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서 더는 논쟁을 이어갈 생각도, 용기도 없었다.
심자영은 조용히 한숨을 내쉰 뒤 몸을 일으키며 주경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실 오빠가 크게 잘못한 건 없어. 15년간 날 돌봐준 은혜면 그 한 달간의 상처는 별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도 없어. 그러니까 주경민, 우린 정말 안 되는 거야.”
주경민의 가슴은 칼에 찔리고 휘저어진 듯 아파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왔다.
이를 악물고 삼켰지만 얼굴에는 패배감만 가득한 것이 예전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심자영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가슴 한구석의 묵직한 아픔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양 간호사한테서 들었어. 이 목도리 오빠가 직접 짠 거라며...”
주경민은 그녀가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방금의 대화로 판단했을 때 그녀는 절대 감동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곧 심자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는 이런 거 하지 마. 나한테 시간 낭비할 것 없어.”
주경민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히더니 곧 실망을 삼키며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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