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서예은은 마음속 혐오감을 꾹 눌러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남과 나누는 게 익숙하지 않아요. 조 대표님께서 관심 있으시면 부인께 어떤 향을 좋아하시는지 여쭤보세요.” 조 대표는 어색하게 머뭇거리며 사과했다. “제가 실례했네요. 오늘 즐거운 자리라 조금 취했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깔끔한 편이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말을 마친 서예은은 더 이상 조 대표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조 대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눈빛 한쪽에 음습한 그림자가 스쳤다. 서예은은 속으로 역겨움을 느꼈다. 방금 그의 손이 닿았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일부러 물티슈를 꺼내 손을 몇 번이나 꼼꼼히 닦았다. 식당으로 돌아오자 박시우는 살짝 찡그린 얼굴로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서예은이 돌아오자 박시우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고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서예은은 식사 자리에서 불쾌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웃으며 답했다. “뒤쪽 작은 정원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있었어.” 박시우는 그녀의 웃음 속에서 억지로 지은 티를 민감하게 감지했지만 자리 분위기상 더 묻지 않고 살짝 손을 잡았다. “피곤해? 먼저 들어가 쉬고 싶으면 말해.” 서예은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조 여사님도 아직 계시니, 조금 더 같이 있을게.” 얼마 지나지 않아 조 대표도 돌아왔고 얼굴이 붉으며 눈빛이 불안정했다. 술이 조금 더 취한 듯 보였다. 그가 자리에 앉자 수시로 서예은을 훔쳐보며 불쾌하게 훑는 시선을 보냈다. 사실 조 대표도 마음 한편으로는 초조했다. 서예은이 방금 일을 박시우에게 말할까 봐 걱정됐다. 이번 협력은 그가 오래 기다린 프로젝트였기에 망쳐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눈앞의 여자가 박시우의 아내라는 사실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그를 압도할 수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했다. 박시우는 시선을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