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화

‘어쩐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서예은이 은하 그룹 디자이너가 됐더라니... 알고 보니 박 대표님과 특별한 관계였기 때문이네. 이 사실을 폭로해서 모두가 서예은의 진짜 얼굴을 보게 해야겠어.’ 하지만 허안나는 확신이 없어서 일단 말을 건네보기로 했다. 서예은의 펜을 들고 있던 손이 잠시 멈췄지만 그녀는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며 예의 바르지만 거리감 있는 얼굴로 허안나를 쳐다봤다. “허 디자이너, 사람을 잘못 본 거 같아. 난 주말에 집에 있었거든.” 허안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휴대폰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어머, 그래? 그럼 이 사람은 서 디자이너가 아니겠네?” 사진에는 서예은과 박시우가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옆모습뿐이지만 그들과 익숙한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서예은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허 디자이너, 남을 몰래 촬영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 서예은은 불쾌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서예은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원래 그녀는 박시우와 혼인신고를 한 부부였으니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도 해가 될 건 없었다. 그러나 허안나는 진실을 모른 채 그들이 불륜 관계인 줄 오해한 게 분명했다.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야.” 허안나는 휴대폰을 흔들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서 디자이너가 박 대표님과 같은 스위트룸에 들어가는 걸 봤거든... 두 분은 관계가 좀 특별한가 보네?” 사무실에 있는 다른 동료들이 이미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세상에, 이거 진짜 대박 스캔들이야. 서예은과 박 대표님이라고?’ ‘진짜야? 헐.’ 모두의 마음속에 호기심이 가득 차올랐다. 서예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허 디자이너, 이건 너무 실례한 것 같은데? 이건 내 사생활이야. 허 디자이너와 상관이 없잖아?” 갑자기 허안나의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만약 서예은이 정말 박 대표님과 그런 관계라면... 밤에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