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화

구동준은 이제야 장준수가 자신을 골탕 먹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눈치를 못 챘다면 진짜 바보였다. “장준수, 너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장준수는 눈썹을 찡긋하며 말했다.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때? 시우도 입 다물고 있는데, 내가 제삼자로서 어떻게 입을 열겠냐.” 구동준은 서둘러 수습하며 박시우에게 말했다. “시우야, 네 아내 정말... 괜찮네.” 구동준은 서예은이 아름답다고 칭찬할 수는 없었다. 친구의 아내를 탐낸다고 오해받으면 큰일이었다. 구동준이 말했다. “친구의 아내는 건드리면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은 나도 잘 알아. 걱정 마.” 박시우가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골프나 한 판 치자.” 구동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번엔 거금을 뜯기게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골프장에서 박시우는 홀인원을 했다. 구동준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박시우는 구동준에게 말했다. “구 대표님, 계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동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웃는 게 우는 것보다 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 말씀...을요.” ... 서예은은 디자인 부서에 도착하자마자 허안나가 의기양양하게 부장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서예은을 보자 허안나는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서예은 씨, 부장님이 오라고 하신다.” 서예은은 눈썹을 찡긋했지만, 바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자리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았다. 옆에 있던 하린이 고개를 내밀며 서예은에게 말했다. “서 디자이너님, 아직 안 오셨을 때 허안나 씨가 울면서 들어와서 부장님을 찾아갔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안 들렸는데, 디자이너님 이름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디자이너님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거 아닐까 걱정돼요.” 서예은은 하린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뭘 걱정해요.” 하린은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천지신명님, 하느님, 디자이너님을 꼭 지켜주세요.” 서예은은 어이없다는 듯 하린을 바라보았다. 하린은 컵에 담긴 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서예은에게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