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1화

허안나와 여기서 계속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서예은은 허안나에게 말했다. “구매 기록이 있어. 카톡으로 보냈으니 직접 확인해.” 코웃음을 치며 휴대폰을 꺼낸 허안나는 표정이 약간 변했다. “허안나, 포르쉐도 타는 사람이 200만 배상해 줄 돈이 없는 건 아니겠지?” 허안나는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사실 그 포르쉐는 그녀 것이 아니었다. “배상할 테니까 기다려.” 서예은은 이내 허안나가 보낸 배상금을 받았다. 화가 난 얼굴로 코웃음을 친 허안나는 자리로 돌아간 뒤 휴대폰을 들고 미친 듯이 메시지를 보냈다. 정확히 무슨 메시지를 누구에게 보내는지 서예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린은 서예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예은 언니, 너무 대단해요. 혹시 일부러 건드릴 줄 알고 미리 스카프를 준비한 거예요?” 하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자 서예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예지력이 있겠어요. 허안나가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걸 내가 어쩌겠어요. 비싼 스카프만 낭비했네요.” 실밥이 풀린 스카프를 본 서예은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방금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던 거였어요?” 하린은 잠시 멈칫했다. 방금 하려던 말? 깜빡 잊은 것 같았다. “생각 좀 해볼게요.” 진짜로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던 하린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번쩍 뜨더니 서예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났어요!” 하린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하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서예은에게 말했다. “예은 언니, 박 대표님과 사귀어요?” 이번에는 서예은이 당황했다. 손이 떨려 손에 들고 있던 물컵마저 엎질러 허둥지둥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 거...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마요.” 서예은이 한마디 했다. ‘이 녀석, 역시 좀 똑똑하네.’ 하린은 히히 웃으며 말했다. “사실 쉽게 알 수 있었어요. 박 대표님이 언니 바라보는 눈빛에 사랑이 가득 차 있었거든요. 마치 뭔가 이어진 빨간 실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