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창문에 드리운 비단발 너머로 달빛이 스며들며, 침상 위 여인의 가냘픈 자태를 아스라이 비추었다. 강원주는 문 쪽으로 등을 돌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낮 동안 숙빈이 전한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자 선우진의 마음은 알 수 없는 불쾌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이내 걸음을 재촉해 침상 곁으로 다가가더니 이불을 거칠게 걷어 올렸다. “꺅!” 깜짝 놀란 강원주가 잠에서 벌떡 깨어났다. 다음 순간 선우진의 몸이 그녀 위로 거칠게 덮쳐왔다. “다시 소리 지르면 혀를 뽑아버릴 것이다.” 머리맡에서 울린 그의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에 강원주의 온몸이 굳어졌다. 더는 한마디도 낼 수 없었다. 그의 손이 옷깃을 더듬는 감촉이 어둠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며 두려움이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았다. 막 잠자리에 든 참이라 강원주는 얇은 속옷 한 벌만 걸친 채였다. 그 옷까지 벗겨진다면 그녀가 석녀임을 선우진이 알아채는 건 순식간일 터였다. 강원주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눈앞에서 옷자락이 벗겨지려는 찰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선우진을 밀쳐냈다. 그러고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강원주!” 선우진은 이를 악물며 그녀의 이름을 짓눌러 불렀다. “폐하, 신첩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정신이 돌아온 강원주가 급히 다가가려 했으나 선우진은 그대로 그녀를 거칠게 밀쳐냈다. “폐하!” 그녀는 균형을 잃고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제는 아예 나까지 거역하는 것이냐. 왜? 마음이 탁윤에게 기울어 다른 사내는 손도 못 대겠더냐?” 선우진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했다. 비록 희미한 달빛 속이라 얼굴빛은 알아볼 수 없어도 그가 뿜어내는 냉기와 증오만큼은 방 안을 뒤덮고도 남았다. 강원주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며 허둥지둥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닙니다, 폐하... 신첩은 단지 잠이 깊었던 탓에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뿐입니다. 신첩이 잘못했습니다!” 탁윤이라는 이름조차 그녀는 미처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 그녀가 아는 건 단 하나 선우진이 분노했다는 사실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