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계단 입구에 서 있었고 윤정겸은 말을 마치자 부엌으로 들어갔으며 희유는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검은색 원목으로 된 오래된 계단과 복고풍 벽등, 벽면에는 2년 전부터 남아 있던 얼룩까지 그대로였다.
익숙한 풍경과 익숙한 감각이 겹치며 마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응접 공간이 있었고 그곳은 테라스로 이어져 있었으며 테라스에 서면 뒤뜰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테라스 옆으로는 짧은 복도가 이어져 있었고 그 복도를 따라가면 첫 번째 방은 서재, 그 다음 방이 바로 명우의 방이었다.
희유는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결국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윤정겸이 오늘 저녁은 둘이서 식사한다고 했으니 명우는 분명 집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방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복도에서 새어 들어온 희미한 빛만이 공간을 어렴풋이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릿한 그림자 속에서 방 안의 모든 것이 서서히 또렷해졌다.
2년 전과 단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책장 위 책의 배열까지도 그대로였다.
희유는 책장 앞을 천천히 지나갔고 빛은 약했지만 그 위에 놓인 트로피와 상장에 적힌 글자는 하나하나 또렷하게 보였다.
그것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머릿속에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명우의 모든 영광을 희유는 수십 번도 넘게 들여다봤던 사람이었다.
결국 침대 앞으로 걸어간 희유는 조용히 앉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옆집에서는 강성 지역의 전통 가락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려하게 흐르는 고금 소리와 억양이 살아 있는 노랫가락이 저녁 어스름 속을 맴돌다가 창문을 넘어 들어와 고요했던 공간을 은근히 흔들어 놓았다.
희유는 천천히 침대 위에 몸을 눕히고 베개를 끌어안은 채 그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아마 명우가 없기 때문인지 몸이 점점 풀렸고 눈을 감은 채 공기 속에 남아 있는 익숙한 향을 느끼자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마치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는 희유와 명우가 한창 사랑에 빠져 있던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