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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1화

“너무 바빠서 깜빡했어. 내가 잘못했어.” 석유가 낮게 웃자 희유는 가볍게 웃었다. [별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방금 일어난 거예요? 이제 출근해야 하니까 얼른 일어나서 아침 먹어요. 언니.] “알았어.” 석유는 희유와 통화를 마친 뒤, 한쪽 다리를 세우고 팔꿈치를 무릎에 괸 채 짧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그러고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려 애써봤다. 분명 술에 취했던 것 같은데 그 이후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누가 호텔까지 데려다준 거지? 명빈 그 인간인가?’ 머리가 더 아파온 석유는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훑어보다가 결국 명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세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됐다. 석유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맞은편의 명빈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 5, 6초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곧 전화 너머로 명빈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 술 아직 안 깼어요?] 석유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담담하게 물었다. “어젯밤에 호텔까지 데려다주신 거예요?” 명빈은 막 일어난 듯 허스키한 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그래요.] 석유가 말했다. “자는데 깨워서 미안해요. 어젯밤은 고마웠어요. 계속 쉬세요.” 명빈이 물었다. [어젯밤에 술 취해서 뭐라고 했는지 알고 있어요?] 석유는 순간 멈칫하며, 목소리에 긴장이 묻어났다. “뭐라고 했는데요?” 명빈의 목소리는 웃음을 참고 있는 듯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계속 아빠라고 불렀어요.] 그 말에 석유는 할 말을 잃었고 공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기류가 그 안에 섞여 있었다. 명빈도 농담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은 듯, 곧바로 평소처럼 냉담한 태도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했다. [술 못 마시면 앞으로 마시지 마요. 나한테 민폐니까.] “끊을게요.” 석유는 전화를 끊고 머리가 지끈한지 이마를 짚었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평소 술에 취한 적이 없었는데 어젯밤은 확실히 이성이 흐려졌던 것 같다. 무엇보다 하필 명빈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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