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시력 회복이 늦어지니 슬슬 불안해지는 윤슬이었다.
일단 천강 쪽에서는 주호준이 그녀의 경영권을 여전히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주호준은 그녀의 편에 섰던 직원들까지 매수해 그녀의 입지를 더 불안하게 만들 게 분명했다.
그리고 고도식 쪽도 문제였다. 비록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기긴 했지만 고도식이 정말 마음 먹고 알아본다면 알아내는 건 너무나 쉬운 일. 비록 부시혁이 경고를 했으니 당분간 대놓고 무슨 짓을 하진 못하겠지만 부시혁 몰래 무슨 일을 꾸밀 수도 있으니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러니 천강을 위해서도, 그녀 스스로를 위해서도 시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였다.
임이한 역시 그녀가 걱정하는 바를 알고 있는지 윤슬의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
“걱정하지 마요. 곧 회복될 거예요. 지금은 머리에 남아있는 혈전이 시신경을 압박하고 있어서 눈이 안 보이는 거예요. 뇌 CT 검사 확인해 보니까 혈전의 크기도 작고 아마 곧 사라질 거예요.”
그 말에 윤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눈 안 보이는 거 말고 다른 데 뭐 불편한 데는 없어요? 뭐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책상에 기댄 임이한이 또 물었다.
“이제 머리는 어지럽지 않아요.”
윤슬이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요. 그럼 이번에 그쪽 약은 처방에서 빼도록 하죠.”
임이한이 습관처럼 메스를 돌렸다.
“진료 고마워요.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
윤슬이 소파에서 일어나고 장정숙이 그녀를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
“내가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 줄게요.”
세 사람이 진료실을 나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바로 그때 장정숙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윤슬이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다.
“아까 고도식 대표님 부부를 본 것 같아서요. 신장내과 진료실에서 나와서 저쪽 엘리베이터로 가셨는데 두 분 다 표정이 굉장히 안 좋으시네요. 사모님은 우시기라도 한 것처럼 눈까지 빨개지셨고요.”
“신장내과요? 신장내과에는 무슨 일로...”
윤슬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게다가 울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