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저녁에 하씨 가문에서 할머니 생신 연회가 있으니까 나랑 같이 저택으로가.”
“나?”
나는 놀란 얼굴로 하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우리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하! 아무 사이가 아니야?”
하지훈이 비웃는 것을 본 나는 서둘러 설명했다.
“내 말은 다른 사람들 눈에 우리는 이혼한 사이이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내가 가면 적절하지 못한 거 아니야?”
“그딴 거 신경 안 써.”
하지훈은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나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당연히 내가 가도 되는 장소와 아닌 장소를 따져야지. 이런 장소에 내가 참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고청아 씨가 가면 몰라도.”
하지훈은 싸늘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더니 비웃었다.
“널 데리고 놀러 가는 줄 알아? 이젠 네가 궁상맞은 처지가 됐으니 너에게 모욕을 주려고 연회에 데리고 가는 거야. 네가 처음에 어떤 도도한 태도로 우리 하씨 가문을 조롱했는지 잊지 마. 지금은 너희 집이 망했으니 이 기회에 하씨 가문 사람들도 널 모욕하고 싶지 않겠어?”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날 모욕하게 하려고 연회에 데려가는 거라고?”
하지훈을 바라보며 묻자 그는 고개를 돌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 게 않으면?”
하지훈의 말에 나는 순간 가슴이 욱신거렸다.
하지훈이 나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내가 또 착각을 한 모양이다.
연회에 고집스럽게 날 데려가겠다고 하는 이유가 하지훈의 마음속에 내가 고청아보다 더 중요해서는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 보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역시 나는 하지훈에게 일말의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시선을 내리며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 내일 퇴근하면 바로 돌아올 테니까.”
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날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미간에 짜증이 진득이 묻어 있었다.
내 앞에서 하지훈은 항상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훈의 모습에 나는 자연스럽게 결혼 3년 동안 나도 그의 앞에서 언제나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