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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장

허가윤도 더는 묻지 않고 알았다고 말한 뒤 영상통화를 끊었다. 남자는 컴퓨터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손에 든 반지를 돌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옆 사람에게 물었다. “진태야, 나영재의 회사를 망치고 그를 죽이는 것이 가혜를 위해 화풀이를 할 수 있는 거겠지? 아니면 안소희를 손에 넣도록 도와준 후 사랑하는 사람이 그를 죽이면 화풀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후자가 더 좋죠.” 진태가 빙긋 웃었다. “사람 시켜서 좀 도와주라고 해.” 남자의 눈 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색이 물들어 있고, 온몸으로 위험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아이까지 임신하면 더 좋겠지.” 진태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서재 안에는 남자 혼자만 남았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 나영재를 어떻게 고통받고 절망시킬지 머릿속에 생각해 두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를 죽이면 괴로울지 모르지만, 그가 순정파라면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 길 하나 더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나영재가 안소희를 손에 넣은 후 아이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 뒤 그는 안소희와 아이를 잡으라고 명령하고, 그 두 사람을 이용해서 나영재를 위협하면 더 보기 좋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별로 급하지 않았다. 시간이 많으니 나영재랑 천천히 겨루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허가윤은 그가 마음을 바꾼 것도 몰랐고, 또 새로운 계산을 시작한 것도 몰랐다. 전화를 끊은 뒤 평소 쓰던 휴대전화로 안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깊은 밤. 안소희는 샤워를 마치고 자려다가 허가윤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그쪽 일이라 짐작하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에요?” “안 건드린대요.” 허가윤은 어리둥절했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제일 중요한 건 그녀는 자신이 노출되어 상대방에게 들킬까 봐 걱정이었다. 뜬구름 잡는 말 한마디에 안소희는 의아하게 물었다. “뭘 안 건드린다는 거예요?” “그 사람 나영재를 안 건드린대요.” 허가윤은 말을 반복하며 걱정과 고민을 함께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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