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1장

평소였다면 싸웠겠지만, 오늘따라 얌전한 나영재의 모습에 안소희는 쉽사리 화를 내지 못했다. 안소희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자, 말해." 나영재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안소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적절한 단어들을 써야 할 텐데, 잘 생각나지 않았다. "할 말 있다며." 그가 계속 입을 떼지 않자, 안소희가 다시 재촉했다. "아니야, 됐어." 결국 한참 망설이던 나영재는 원하던 바를 전하지 못했다. "거기 취객이나 잘 돌보고 있어. 정리는 내가 할게." "그래도 오빠가 어지른 건데, 내가 할게." 안소희는 이런 나영재의 태도가 무척 이상했지만, 구태여 더 캐묻고 싶지 않았다. 이번엔 나영재도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함께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영재는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안소희는 우선 안일우가 어질러 놓은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곧바로 나영재에게 물건의 위치를 물은 다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영재는 벌써 방 하나를 정리했다. 이런 그의 시야에 안소희가 커버시트를 가지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곧바로 안소희에게 다가가 그것을 넘겨받았다. "손님방 정리 다 끝났으니까, 씻고 자면 돼." 안소희가 규칙적인 잠을 잔다는 것을 기억해낸 나영재가 말했다. "안 그래도...." 안소희가 거절하려던 찰나, 갑자기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그녀의 코끝에 청량한 남자의 체향이 맡아졌다. 안소희는 반사적으로 그에게 몸을 떼려고 움직였지만, 나영재의 손이 이미 그녀에게 닿은 뒤였다. 나영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커버와 시트를 가지고 간 뒤, 이불 정리를 시작했다. 안소희만 멍하니 적응을 못한 채 멈춰 서 있을 뿐이었다. 그가 이런 친밀한 행동을 해올 때마다 자꾸만 과거 좋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영재는 남에겐 차갑지만, 자기 사람한테는 한없이 따뜻한 그런 사람이었다. 안소희는 생각이 점점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눈치채고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