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안소희는 나영재에게 언제 가는지 물어보려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나영재도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나영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지금 호텔로 돌아갈 거야? 아니면 아직 더 볼 일이 남았어?”
만약 나영재에게 다른 일이 있다면 안소희는 혼자 먼저 갈 계획이었다.
다만 본가가 좀 외진 곳에 떨어져 있다 보니 택시 잡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진짜로 먼저 가려면 시내 쪽으로 조금 걸어 나가야 했다.
“아빠에게서 온 전화야?”
나영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소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안소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빠?
“가자.”
그녀를 데리고 차를 향해 걸어가던 나영재는 차에 탄 뒤 한마디 더 물었다.
“어느 호텔에 묵고 있는 거야? 내가 바래다줄게.”
“나영재.”
안소희는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녀의 부름에 나영재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응?”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우리 아빠이지 너의 아빠가 아니야. 호칭 좀 똑바로 해.”
안소희는 호칭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영재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러자 안소희는 눈썹을 찡그렸다.
나영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랐기 때문에...
“내가 방금 말한 게 너의 아빠야. 다음번에 부를 때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해서 네가 잘 들리도록 할게.”
아니나 다를까 나영재는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훤칠하고 뚜렷한 이목구비의 그였던지라 이런 얼굴로 진지하게 말을 하면 누구든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화를 참고 있는 안소희는 이를 꽉 악물었다. 정말 당장이라도 주먹으로 한 대 때리지 못한 것이 한 맺힐 정도였다.
그가 방금 ‘너의’라는 단어를 붙여서 말했는지 아닌지 안소희가 모를 리가 없었다.
물론 그녀는 충분히 이 일로 나영재와 실랑이를 벌일 수도 있었지만 차라리 무시하는 게 가장 좋은 반격이라 생각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