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4장

“아니야.” 나영재는 진지하게 말했다.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도 날 좋아하지 않네. 오늘 만약 진이준이 프러포즈했어도 그렇게 시원스럽게 거절했을까? 아니겠지. 그 사람에게는 항상 나보다 더 잘해주잖아.’ 안소희가 이 말을 들었더라면 아마 한바탕 화를 냈을 것이다. 진이준에게 잘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나영재한테도 나쁘게 대하지는 않았다. 나영재가 처음에 약간 소외감을 느꼈을지는 몰라도 남은 시간 동안 안소희는 줄곧 그의 기분에 맞춰 주려고 노력했다. 집에 온 후 안소희는 나영재에게 전화했다. 나영재는 보면서도 받지 않았다. 성진영은 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안 받으세요?” “나 지금 거절당해서 속상하단 말이야.” 나영재는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게 대답하면서 휴대폰 화면에 뜬 ‘소희’라는 두 글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첫 전화부터 받으면 어떡해?” ‘세 번만 전화해. 그럼 세 번째 전화는 꼭 받을게.’ 아쉽게도 그는 두 번째 전화도 받지 못했다. 안소희는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더 이상 걸지 않았다. ‘나영재가 부재중 전화를 보고 기분이 괜찮으면 다시 전화하거나 메시지라도 보내겠지. 만약 거절당한 것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면 괜히 두 번이나 전화해서 짜증 나게 할 필요는 없잖아.’ 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성진영에게 나영재를 잘 챙겨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후 심서에게 전화했다. 심서도 연락이 되지 않자 이번에는 현규에게 전화했다. 현규가 심서에 관한 일이면 거의 다 알았기 때문에 그들이 특별한 사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이인지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안소희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현규는 허리에 목욕 수건만 두르고 있었다. 방 안에는 난방을 틀어서 전혀 춥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받으면서 마른 수건을 가져다가 머리를 닦았다. “소희야.” “심서는 요새 뭐하고 지내는지 혹시 알아?” 안소희는 워낙 현규와 사이가 좋은 터라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