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수치스러워서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고 이 상황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이장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러는 거 재밌어?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당신 나랑 결혼하면서 했던 말 잊었어? 평생 나 사랑하고 아껴준다고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 지금 약속을 번복하겠다는 거야? 남자답게 그거 좀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니?”
이장훈은 그녀가 무슨 양심으로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지 황당하기만 했다.
이혼을 제기한 사람도 김인영이었고 그의 재산을 전부 빼앗은 것도 김인영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결혼 때 했던 약속을 지키라니! 사랑해 달라니!
대체 어디서 나온 염치일까!
김인영은 이장훈이 말이 없자 계속해서 떠들었다.
“나 당신 위해서 예령이까지 낳아줬어. 나 예령이 엄마야! 내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당신은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이장훈은 이제 하다하다 아이를 들먹이며 협박하는 이 여자가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이혼할 때도 아이를 들먹이며 그에게 모든 재산을 포기하게 만든 여자였고 양육권을 포기하면서 일말의 주저도 없었던 여자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이 엄마라니!
“예령이 얘기는 꺼내지도 마. 다시 애 들먹이면서 그딴 소리 지껄이면 내 전화 한 통에 조 행장에게서 빚 독촉 전화가 갈 거야.”
김인영은 놀라서 움찔하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은 그렇게 못해!”
이때,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아이들이 줄을 지어 밖으로 나왔다.
아이를 데리러온 학부모들은 우르르 입구로 몰려갔다.
이장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김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령이 곧 나올 거야. 애 앞에서 싸우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예령이는 상처받을 거니까. 예령이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당장 안 꺼지면 조 행장한테 전화할 거야!”
말을 마친 이장훈은 핸드폰을 꺼냈다.
김인영은 당황한 목소리로 그를 말렸다.
“하… 하지 마. 지금 갈게. 지금 당장 사라질게!”
그녀는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이장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