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8화

백가운은 곧장 앞으로 걸어가 신전 안의 이들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여러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종주 자음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부드러운 청풍 한 줄기가 일어나 백가운의 몸을 떠받치듯 들어 올렸다. 자음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운 도우, 너무 격식 차리실 것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조신에 맞섰던 동맹 아닙니까. 제가 어찌 감히 선배라 불리겠습니까?” 자음 특유의 너스레에, 신전 안에 감돌던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자리에 앉은 대제사장 백운산은 곧장 윤고현에게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 “윤 도우, 엽 도우는 어디 계십니까?” “허허, 급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주인공은 원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지요.” 윤고현이 그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아랫수염을 쓸어내리며 태연하게 웃었다. 백운산은 씁쓸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바로 그때， 태일성지 산문 밖에서 갑자기 공간이 찢어지듯 갈라지며 하나의 통로가 열렸다. 그 끝에서 발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조용히 부서지며 사라졌다. 그 위에는 두 명의 승려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보상은 장엄했고, 인상에는 자비가 어려 있었다. 머리 위로는 불광이 드리워졌고, 주위로는 낮고 은은한 불경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선두에 선 승려에게서는 웅대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 몸에서는 반선의 기운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뒤편의 승려는 자줏빛 금가사를 두른 채, 발아래에 9급 청련 형상의 영보를 띄우고 있었다. 굵은 눈썹과 부릅뜬 눈매는 전설 속 부동명왕을 연상케 했다. 서역 뇌음사의 성승, 법명과 홍광이었다. “형님, 태일성지가 대체 무슨 수를 쓰려는 겁니까?” 홍광은 산문 앞을 가득 메운 인파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지켜보자. 이번 천지대겁 이후, 창란 세계의 아홉 성지 가운데 남은 곳은 우리와 태일성지뿐이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을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으냐.” 보상이 단정한 법명은 고개를 저었다. 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