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화

이진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식은땀까지 뚝뚝 흘렸다. 강현우는 눈앞의 컵을 천천히 밀어내며 더욱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곧 널 부르실 거야.” 그동안 이진아는 강윤석의 앞에서 강현우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고 여러 번이나 장담했었다. 강윤석 같은 사람이라면 그녀의 변명을 믿을 리가 없었다. 이진아는 입술만 깨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르게 대책을 강구했다. 하지만 피할 방법이 없어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 조금 전에는 대표님을 도와드리려 했을 뿐이에요. 대표님도 여기에 있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내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어?” 그의 말투가 무척이나 덤덤했고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이진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가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었는데 그녀가 자진해서 나선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윤석이 나선다면 그녀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1분 정도 숨을 고른 후 강현우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말이 끝나자마자 강현우는 휠체어를 돌려 나가려 했다. 조급해진 이진아가 재빨리 따라갔다. “대표님...” 강현우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보고는 어쩔 수 없이 따라 탔다. 엘리베이터가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거실문을 닫자 방 안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이진아는 휠체어를 조종하면서 침실로 가려는 강현우를 따라갔다. 강현우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 하나를 풀었다. 그녀가 바짝 따라온 걸 보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나 옷 갈아입을 건데.” 이진아는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강윤석에게 찍히면 절대 안 되었다. 찍혔다간 이씨 가문의 회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대표님, 앞으로는 대놓고 저를 이용해서 맞선 같은 귀찮은 일들을 거절하시면 됩니다. 저처럼 이렇게 쓸모 있는 도구를 죽게 내버려 두진 않으실 거잖아요. 게다가 아까 제가 그렇게 말했을 때 대표님께서도 막지 않았어요. 그건 대표님이 뒷일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그녀는 이제야 알아차렸다. 조금 전 그 말을 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