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가 강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을 때 샴푸 향기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 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이진아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이진아는 가려움을 참고 심호흡한 뒤 마음속의 이상한 감정을 떨쳐냈다.
“일단 눈 감으세요.”
강현우가 짜증을 낼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순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문득 오늘 밤의 강현우가 그녀에게 참 협조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지위라면 잘 보이려고 달라붙는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이렇게 큰데도 지금까지 참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진아는 서둘러 움직였다. 방 안의 조명을 모두 켠 다음 휠체어를 밀어 소정인의 앞으로 데려갔다.
소파에 앉아 강현우의 얼굴을 확인한 소정인은 큰 충격에 빠진 듯했다.
‘진짜 사람 맞아? 너무 잘생겼는데? 그나저나 다리는 왜... 평생 회복이 불가능한 건가?’
약간 아쉬웠지만 곧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라면 다리를 잃었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게 없었고 그의 곁에서 평생 돌봐줄 수 있었다. 설령 도우미처럼 산다고 해도 괜찮았다.
긴장한 나머지 손에 땀이 흥건해진 그때 이진아가 문밖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대표님, 이제 눈 뜨세요.”
강현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눈에도 미소가 가득했지만 눈앞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 시선이 닿은 순간 표정이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
조급해진 소정인은 다른 여자들이 남자를 유혹하는 수법을 떠올리면서 다리를 들어 그의 다리를 살짝 문질렀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소정인이라고 합니다.”
소정인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전까지 미소를 띠고 있다가 갑자기 싸늘해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해도 그 변화는 모를 리가 없었다.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고 무척이나 겁먹은 듯했다.
덤덤한 표정의 강현우와 달리 소정인은 너무도 무서웠다. 차갑고 맹독성을 지닌 수많은 독사들이 발치에서 그녀의 다리를 타고 천천히 올라와 덮칠 것만 같았다.
이진아는 침실 문을 닫고 나와 밖에 앉아 있었다.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