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3화

유정혁은 깊게 숨을 쉬고 두 손으로 지팡이를 꽉 잡았다. “나가! 나가서 강씨 가문 일에만 관여하지 마. 안 그러면 내가 소건우 쪽에 설명하기 곤란해.” 유씨 가문의 해외 사업은 소씨 가문에 의존하고, 소씨 가문은 그쪽 지역의 대세였다. 유승준은 건성으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본가에서 나오자 기분이 몹시 상했다. 첫째는 많은 사람이 강씨 가문에 대한 일을 물어봤기 때문이다. 둘째는 바로 이예슬이라는 여자 때문이었다. 본가에만 가면 할아버지가 쉴 새 없이 예슬에 관한 얘기를 꺼내서 정말 짜증 났다. 그는 이미 휴대폰을 꺼놓고 바로 예코의 작업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없었다. 작업실 사람들은 그가 오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행방을 알려줬다. “대표님은 신인을 데리고 드라마 촬영장에 갔어요.” 유승준은 지금 당장 그녀를 보고 싶어서 바로 차를 몰고 촬영장으로 갔다. 역시나 그곳에서 예코를 만날 수 있었다. 예코는 신인 배우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갓 계약한 신인이라 긴장할까 봐 함께 와서 주의사항을 반복해서 알려주고 감독에게도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녀와 사이가 좋은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저기, 예코 씨, 벌써 30분이나 얘기했어요. 예코 씨가 데려온 신인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 다 외울 지경이니 인제 그만 가 봐요. 지금 딱 어린아이 학교 보내는 부모 같잖아요. 이 바닥은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 곳이에요.” 예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마지막으로 몇 마디 더 당부했다. 고개를 들다가 드라마 촬영장 입구에 유승준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곳은 작업실과 달리 사람들이 많고 눈도 많았다. 유승준의 신분은 너무나도 귀해서 그 아우라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쉬고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말을 걸지 않았다. 유승준도 그녀를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계속 그녀를 따라가서 차에 타서야 겨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예코는 재빨리 창문을 모두 닫고 조금 화가 난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