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3화

유정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 그 의료팀의 연락처를 나에게 주렴. 내가 이야기해볼게. 안 되면 승준이가 직접 한번 가보게 해야겠어.” 유씨 가문의 어르신으로서 그 정도 체면은 있었다. 온예슬은 본가에서 나와 차에 탄 후에야 유승준이 여러 번 전화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녀는 등을 뒤로 기댔다. 그녀의 꿈은 늘 어머니를 데리고 회암시를 떠나는 것이었다. 이곳에 아버지가 있는 한 어머니는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그저 땅에 무릎을 꿇고 그 남자가 자신을 한 번만 더 쳐다봐주기를 간청하고 싶어 할 것이고, 그러면 평생 고생할 것이다. 오래전에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본 그녀는 남자와 연애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어머니의 병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유승준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이미 방법이 없었다. 일단 시작하면 끝내고 싶어도 그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화를 걸어 매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유 대표, 무슨 일이야?” 유승준은 지금도 그 호텔 로비 아래에 있었는데 그녀가 드디어 전화를 걸어오자 냉소하며 말했다. “참 바쁘네. 드디어 시간이 났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액셀을 밟았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던 유승준은 주소를 보내며 말했다. “이리로 와. 하고 싶어졌어.” 그녀는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미간을 찌푸렸다. 유승준은 그녀가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곧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알았어.” 그는 조금 의아했다. 그녀의 남편도 이 호텔에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마 지금쯤 저급한 여자와 뒹굴고 있겠지. 이 부부도 정말 재미있네.’ 그는 먼저 방을 하나 잡고 기다렸다.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그는 그녀를 잡아끌어 키스하기 시작했다. “예코, 너 알고 있어? 네 남편도 이 호텔에 있어. 여자를 품에 안고 있더라. 지금 끝났는지 모르겠네. 우리 같이 가서 구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