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4화

과거에도 돈 때문에 궁지에 몰린 여자가 몸을 담보로 잡았다가 게임이 끝난 후 도박 테이블 위에서 그대로 능욕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건 도박장에서 허락하는 범주 안이었다. 여자가 스스로 사인했으니 도박 계약의 내용을 이행해야 했다. 이진아는 몸을 바로 세우고 계약서에 손도장을 찍었다. 주변의 남자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어떤 남자들은 좋은 마음으로 그녀를 만류하기도 했다. “계약서에 아직 사인하지 않았다면 언제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어요. 그냥 여기서 멈추는 게 어때요? 딱 봐도 격투기장은 처음인 것 같은데 단순히 자극만 원하는 거라면 격투기장에서 선수 몇 명을 사서 경호원으로 옆에 둬요. 안 그러면 그쪽처럼 예쁜 아가씨가 격투기장을 나간다면 그쪽을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거예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찬원은 참지 못하고 계약서에 손도장을 찍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젠 사인도 다 끝났어. 아가씨, 시작해볼까?” 테이블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원이 그들을 격리했고 이제 이 테이블은 이진아와 강찬원의 전용 공간이 되었다. 이진아와 강찬원이 테이블의 양 끝에 앉았고 게임은 다이사이로 정했다. 강찬원은 그녀가 좀 더 고급스러운 게임을 선택할 거라고 예상했던 터라 다이사이를 선택했다고 들었을 때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주변에서도 안타까워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까워서 어쩌나. 딱 봐도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은데.’ 강찬원의 도박 실력이 별로이긴 해도 그래도 도박판에서 수년간 굴렀기에 간단한 소리로는 구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예쁜 여자는 도박장에 처음 왔으니 소리로 판단하는 게 뭔지도 모를 것이다. 이러다가 천억 원을 잃는 건 물론이고 몸까지 내줘야 할 판이었다. 그때 참지 못하고 강찬원에게 아첨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봐. 이따가 데리고 놀다가 질리면 나한테 넘겨주면 안 될까? 내가 6억 줄게. 저 여자 몸매가 정말 죽이던데 귀여운 토끼 옷을 입으면 얼마나 매력적이겠어.” 강찬원은 흥분한 나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