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6화

강찬원이 욕설을 내뱉자 이진아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거두고 직원에게 말했다. “확정했어요. 스몰로 할게요.” 강찬원의 심리적 인내력이 형편없어 몇 판 만에 이미 무너져버렸다. 이진아가 스몰을 언급했을 때 특별히 더 긴장했고 두 눈에 극도의 공포가 서려 있었다. 반대로 빅을 언급했을 땐 매우 흥분하고 들떠 있었다. 이진아가 일부러 긴장감을 조성한 건 그가 빈틈을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강찬원이 이 정도로 무능력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하품하며 직원이 주사위 컵을 열기를 기다렸다. 강찬원은 도박장의 규칙을 따랐는데 특히 주사위를 흔드는 동작이 매우 교과서적이었다. 그 바람에 현장의 다른 사람들도 숫자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초보자면 당연히 모를 터. 이진아가 정확히 맞히자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찍었는데 맞혔어.” “찍긴. 아직도 모르겠어? 저 여자는 심리전을 한 거야. 방금 그 행동으로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렸어. 도박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는 선수야.” “정말 대단해. 도박은 결국 심리 싸움이지.” 직원이 주사위 컵을 열었고 숫자는 예상대로 스몰이었다. 강찬원은 힘 빠진 공처럼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누군가 도끼를 가져와 그의 다리를 베려 하자 강찬원은 곧바로 이진아 앞에 무릎을 꿇더니 가까이 기어갔다. “난 강씨 가문 사람이야. 이번에 날 살려준다면 뭐든지 다 줄게.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하지만 내 다리는 안 돼. 만약 오늘 정말 내 다리를 가져가면 이곳을 나가자마자 강씨 가문에서 널 쫓아올 거야. 그러니 잘 생각해. 강씨 가문과 적이 될 필요는 없잖아.” 이 도박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솔라리스의 강씨 가문은 그야말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진아는 다리를 뒤로 빼면서 강찬원이 건드리지 못하게 한 다음 덤덤하게 말했다. “그쪽이 강씨 가문 사람인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그쪽의 다리를 원하는 건 격투기장이에요. 나중에 복수해도 격투기장 사람들한테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