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3화

서일은 대충 계산해 보았다. 만약 사식이에게 목여 태감이 돈을 빌렸다고 전하면, 만 냥 정도는 꺼낼 수 있었다. 어찌 부인의 지참금을 모두 건드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목여 태감에게 돈을 빌려주기로만 하고, 얼마를 빌려줄 수 있을지는 아직 확답하지 않았다. 목여 태감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가는 서일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집을 산다는 말을 그냥 믿다니, 의구심이 들었다. 어떤 저택을 봐뒀는지, 가격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아예 묻지도 않았다. 서로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으니, 태감의 계획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궁에서 죽을 때까지 지낼 계획임이 분명했다. 그로 인해 궁에서 노후를 지내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는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찌 경성에서, 그것도 귀훈 지역에서 저택을 사려하겠는가? 서 대인은 그렇게 똑똑하진 않지만, 그래도 신중한 사람인데, 어찌 이렇게 변한 것인가? 아무래도 어명을 받고, 바깥일을 많이 하며, 경계심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궁에서 황제를 모시는 사람이니, 황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말에는 무조건 의심을 품어야 한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상대를 온전히 믿어선 안 되었다. 서일은 밖으로 나가서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진자봉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목여 태감에게 돈을 빌려줄 일을 고민할 뿐이었다. 진자봉은 한 시진 넘게 서 있었던 탓에 더욱 초조해졌다. 그동안 황제가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게 한 적은 없었다. 늘 그를 어서방으로 부르자마자 바로 혼냈었다. 그는 5품 관리로서, 어서방에 들어가 황제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다른 신하의 상소 때문에 어서방을 드나들긴 했지만, 다행히 일을 잘해서 황제는 그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고, 그저 승진을 막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가 동생의 일로 편들지 않았고,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관아가 잡아가는 것도 막지 않았다. 그는 단지 동생에게 물건을 보내, 조금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