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2화

이날, 진 부인은 다회를 열어 수많은 부인을 초대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신분으로는 청하지 못할 인물들까지도 일일이 요청을 보냈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황후의 가르침을 받게 되어, 함께 황후의 뜻을 논하자고 전했다. 이처럼 적혀 있었으니, 일품 고명 부인이라도 어찌 쉽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진 부인은 전날 밤 돌아와서는 감격하여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녀는 첩의 방에 머무르던 서방을 억지로 불러냈다. 진 대인은 종일 정무에 시달리다, 첩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했었다. 하지만 부인이 갑작스럽게 그를 끌어내니, 못내 마음이 불편했다. 평소에 부인은 누구보다 사려 깊은 여인이었다. 그래서 진 대인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부인을 꾸짖으려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도 첩의 방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 끌려올 수도 있지 않은가? 진 대인은 다시 흥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꾸짖으려는 말을 꺼내기도 전, 그는 부인의 말에 얼어붙고 말았다. 부인은 아주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오늘 황후 마마와 담소를 나누었소.” 진 대인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내외명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데, 어찌 황후를 뵐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진실임을 알게 되자,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황후께서 직접 백성의 집으로 찾아가다니? 심지어 의장도 없고, 병사를 명해 거리의 백성들을 물러가게 하지도 않았다. 부인이 전한 황후의 말씀을 들은 뒤로, 진 대인은 첩의 방에 발길조차 옮기지 못하고, 그저 부인을 품에 안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부인은 황후를 만난 것도 모자라, 황후와 여인의 일들을 논의했으니, 앞으로 황후가 큰 결정을 내리신다면 또 부인을 다시 찾으실 것이다. 그래서 진 대인은 그녀를 극진히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 부인의 다회에 다른 부인들은 이례적으로 약속 시간이 오기도 전부터 진가를 찾았다. 진가는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진 부인을 중심으로 부인들이 겹겹이 모여들었다. 진 부인은 방관자의 입장에서 서 선생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