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때, 공교롭게도 서지훈과 그의 친구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잔해야지. 다들 취하기 전에는 집에 못 가는 거야.”
“그래. 오늘 네 생일이니까 내가 살게. 다들 마음껏 골라.”
서지훈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하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맞장구를 쳤다.
“네가 말한 거다? 우리 제일 비싼 걸로만 고르자.”
“그래봤자 얼마 한다고, 마음대로 골라.”
“역시 서 씨 집안 도련님은 달라.”
“우리 도련님 따라다니면 먹을 걱정은 없다니까.”
그들이 하도 시끄러워서 송유리는 멀리서부터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지훈을 본 송유리는 둘의 결혼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계약서의 내용을 떠올리고는 다급히 고인성에게서 떨어졌다.
“서지훈 왔어요. 우리 관계 들키면 안 되니까 좀 떨어져서 걸어요.”
연기도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었기에 둘의 사이를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송유리도 편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미혼으로 볼 테니 1년 뒤 이혼을 해도 손가락질받지 않을 것이기에 그녀도 빠르게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서유진도 아는데 서지훈이 모를까 봐?”
“일단 상황보고 행동해요.”
송유리는 대답을 하며 고인성을 앞질러 갔다.
다행히 카트를 끄는 게 고인성이라서 송유리는 빠르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때 송유리를 알아본 서지훈이 활짝 웃으며 그녀를 불렀다.
“송유리!”
그렇게나 기쁜지 서지훈은 한달음에 그녀 앞으로 달려왔고 송유리는 그제야 서지훈을 발견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서 다 만나네요.”
다리의 상처가 거의 다 나은 건지 조금 절뚝거리긴 했지만 지팡이도 없이 잘도 뛰는 서지훈이었다.
“넌 왜 여기 있어? 너도 뭐 사러 온 거야?”
“네.”
“여기 회원제인데. 너도 가입했어?”
회원 커트라인이 유독 높은 마트라 서지훈이 의아해하며 묻자 송유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냥 한번 와보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사람 찾아서 따라 들어온 거예요.”
“그렇구나.”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던 서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