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는 제 몸을 가늠할 수 없었다. 온몸에 힘이 풀린 채 나른해서 반항도 못 하고 고인성에게 시달렸다.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고 뜨거운 불구덩이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녀는 고스란히 고인성에게 몸을 맡겼다.
이 남자도 평소처럼 다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야수가 되어 이글거리는 눈길로 갖은 욕망을 표출했다.
송유리는 속상한 듯 눈가에 눈물이 맴돌았다.
“인성 씨, 나빠... 거짓말쟁이야.”
그가 잠긴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절대 잠만 잔다고 한 적 없어.”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그녀는 말문이 턱 막혔다.
“자기야, 나 아주 건강한 남자야.”
송유리는 너무 화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고 더는 고인성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반듯하게 눕기도 전에 이 남자가 또다시 턱을 짚고 머리를 돌리더니 저돌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삐졌어? 내가 잘해줄게.”
“...”
참 기막히게 잘해주는 이 남자!
그녀는 눈앞이 흐릿해진 채 얼떨결에 협탁에 놓인 검은색 팔찌를 보았다. 곧이어 두 손으로 고인성의 허리를 감싸 안고 나긋한 어투로 물었다.
“전에 뉴스에서 인성 씨 이 팔찌 계속하고 다닌다더니 요즘엔 왜 안 해요?”
고인성이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끊었어! 안 해도 돼.”
끊었다고?
혹시 그녀를 만나서?
그렇다면 그전엔 경험이 없었다는 얘기인가?
...
다음날.
송유리는 점심때가 다 돼서야 깨났다.
고인성의 넘치는 정력 때문에 밤새 침대를 뒹굴다 보니 그녀는 대체 몇 시에 잠들었는지도 몰랐다. 새벽 네 시? 혹은 다섯 시?
또한 황이진이 미리 그녀를 위해 준비해둔 콘돔을 어젯밤에 쓰게 될 줄도 몰랐다. 그것도 하룻밤에 몇 개씩이나...
여기까지 생각한 송유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점심이 다 됐지만 주방에는 기력에 좋은 영양죽뿐이었다.
‘나도 너무 지쳤어. 기력 회복이 필요해.’
그녀는 죽을 한 그릇 떠서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 휴대폰을 열자 메시지가 한가득 도착했는데 죄다 고인성이었다.
[깨났으면 문자 줘.]
[일어나서 밥부터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