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9화

침실. 기천우는 책상 앞에 앉아 사진첩을 넘기고 있었다. 안쪽에는 서이안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서이안과 서현우가 함께 찍은 사진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서이안의 만월 사진이나 어릴 적 모습이었다. 사진 속의 서이안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눈처럼 하얀 피부에 동그랗고 맑은 눈 앵두처럼 붉은 입술을 하얀 이가 드러나게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기천우의 상상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문득 기천우는 서이안의 어린 시절이 부러워졌다. 기천우를 웃게 해주거나 달래 주는 사람 아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기씨 가문에서 어른들의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자라 겨우 다섯 살이었지만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성숙하고 차분했다. 일찍 자라는 아이들은 대개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는다는 말이 있다. 울어도 달콤한 사탕 하나 건네주는 이가 없고 슬퍼도 껴안아 위로해 주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기천우는 너무 일찍 깨달았기에 어쩔 수 없이 성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서이안은 지금 기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되었고 지금쯤 분명히 자신과 신분을 바꾼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기씨 가문의 생활은 서씨 가문처럼 순탄하지 않을 것이고 서이안을 감싸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문득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기천우가 문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낯선 여인이 들어왔고 아이는 놀라 벌떡 일어나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날카로운 눈빛에 이다혜도 잠시 놀랐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안이구나. 난 네 할머니야. 알아볼 만하니?” ‘할머니라고? 이렇게 젊고 예쁜데?’ 기천우는 조심스럽게 이다혜를 훑어보았다. 중년이 되었지만 그녀는 피부 관리를 잘해 탄탄했고 정교한 화장까지 더해 전혀 할머니로 보이지 않았다. 이다혜가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이안아, 이리 와. 할머니가 한번 안아볼까.” 기천우는 이다혜를 본 적이 없었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애정 표현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서현우가 방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