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임민정은 고개를 숙이고 이쪽을 떠나 잔디밭 반대편으로 향했다.
김신걸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원유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그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운 원유희는 숨 막힐 것 같았다.
“통화 끝났어?”
원유희는 통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김신걸은 구태여 그 얘기를 다시 꺼냈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얘기했다.
“화 난 거야? 그냥 말해본 거야, 윤설이 먼저 전화해서 날 도발한 거라고.”
원유희는 마음속으로 불안해했다.
윤설은 김신걸의 신성불가침 첫사랑이었고 김신걸은 결혼했음에도 불문하고 계속 지키혀했다.
이것을 생각하자 원유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이들을 찾아갈게.”
원유희는 윤설 때문에 자신과 김신걸의 모순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피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신걸은 원유희의 손목을 꽉 잡았다.
김신걸의 검은 눈을 보자 원유희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오래 못 간다고?”
“…… 응?”
원유희는 멍하니 김신걸을 바라보다가 김신걸이 뭘 얘기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이 얘기를 다시 꺼낼 줄 몰랐다.
“응?”
김신걸은 원유희의 얇은 허리를 안고 자기 쪽으로 당겼다.
원유희는 얼굴이 더 뜨거워 났다.
“아니야, 오래 가지! 나…… 나 먼저 가볼…… 아! 웁!”
김신걸은 원유희의 허리와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임민정은 김신걸의 뒷모습만 보였다. 원유희의 가녀린 몸은 김신걸에게 가려졌지만 두 사람이 뭐 하는지 사실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인 남녀라면 두 사람이 뭐 하고 있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임민정은 얼굴에 있는 질투를 숨길 수가 없었다. 임민정은 원유희를 쫓아내고 자기가 그 자리에 있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한참 후에 김신걸은 원유희를 풀어주었고 원유희는 힘없이 김신걸의 품에 안겼다.
허리를 두르고 있는 강하고 힘이 있는 손이 아니었다면 원유희는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을 것이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