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을 느낀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
그리고 그다음은 기나긴 고요함이었다.
엄혜정은 이런 압력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잠들어버렸다.
아침에 놀라 깨어나보니 육성현은 곁에 없었고 방에도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없었다.
엄혜정은 베란다에 가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차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 건데 평소에 그녀가 자주 있던 정원 연못가의 의자에 앉아 있는 커다란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곳에 앉아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엄혜정은 알고 있었다. 평화로운 건 단지 그의 겉모습일 뿐.
육성현이 가지 않은 건 그녀를 데리고 염가에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한 게 정말이었다니…….’
엄혜정은 달려가 육성현의 뒤로 가서 끄떡도 하지 않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오빠, 나 데려가지 않으면 안 돼요? 나 가기 싫어요…….”
“내가 이미 결정한 일이니 아무리 말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
육성현은 차갑게 말했다.
엄혜정은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당신은 이미 푸딩을 죽였어요, 더 이상 나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아이의 일은 결코 나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잘못이 하나도 없나요?”
지금도 푸딩을 언급할 때마다 그녀는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푸딩도 하나의 생명인데!’
“당신 날 배신하는데 재미 붙었어요?”
커피잔을 들고 있던 육성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당신에게 너무 잘해 줬나 봐요. 그러니 당신이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 거겠죠!”
“내가 당신을 배신할 줄 알면서 왜 나를 곁에 둔 거예요? 솔직히 말할게요. 내가 한번 배신한 이상 또다시 배신할 것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날 좀 멀리멀리 보내줘요…….”
엄혜정은 격분해서 말했다.
그러자 육성현은 엄혜정의 뺨을 갈겼다.
“아!”
엄혜정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귀가에 이명이 울릴 정도였다.
육성현은 일어서서 엎드려 있는 그녀 앞에 다가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봐요!”
엄혜정은 놀라서 벌벌 떨며